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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

EBS 다큐멘터리 PD를 만나다.

출판사에서 주최한 특강.

'생각을 젊게, 가치는 길게'라는 슬로건이 맘에 들었다. 


EBS는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그 주제에 관하여 책을 출판한다.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모으고 정리한 여러가지 정보들과 촬영하면서 얻은 생경한 화면들이 알차게 담긴 보기 좋은 책이 많다.


3분 분량의 지식채널e 프로그램은 매년 그 주제들을 모아 '지식e'라는 책을 내는데, 감각적인 사진과 글귀가 매력적이라

책이 처음 출간된 07년도부터 지금까지 매년 나올때마다 구매해, 6권까지 있을 정도다.


출판사에서 두 명의 PD를 초청해, 대중과 어울리는 행사를 열었다. 색다른 무대였고 오랜만에 PD와 만나는 기회였다. 


평일 저녁이다. 매번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야하는 우리 영상팀에게 좋은 시간이 될거 같았다.

서울이라, 계룡에서 일과 중에 출발했어야 도착할 수 있었다. 출장 결재를 올렸고 영상병 3인과 사진부사관 1인과 동행했다.

전날까지 한미연합훈련 취재지원용 영상과, 82창 홍보영상물 후반작업까지 하게되어 모두가 지친 상태였다.

가기 직전까지 일이 많아 좀 처럼 갈 수 없을것만 같았는데; 가기 잘했다. 지친 몸과 맘이 싹 충전되었다. 힐링힐링.


장소는 서울시청역 인근의 노아스페이스. 우리나라에 코워킹 스페이스가 생소할 시기에 생긴 곳이다. 북창동 한복판에 문을 열어 여러가지 행사들을 여는 곳이다. 치과와 교회, 사무실과 카페가 결합된 아리송한 공간이다. 청어람 아카데미에서 만난 코디네이터 누님이 처음 스타트업때 일하던 곳이라 자주 들리고, 정이 많이 가던 장소다. 이 장소의 개관식에서 우연히 내 선임자를 만나기도 했다.  


서준 PD와 오한샘PD는 같은 EBS에 있지만 너무 달랐다. 전자는 진득하게 앉아 먹이감을 기다리는 낚시꾼같은 느낌이었고, 후자는 먹이감의 욕망에 자신의 감성 레이더를 조율해서 촉이 오면 내달리는 사냥꾼 같았다. 


중앙아시아에 꽃혀 일년에 수 개월을 쏘다니는 생활을 하던 서준 PD는 94년 입사하여 자연PD로 7년차라고 했다.

신입사원 입사연수에서 했던 강의자료를 바탕으로 시작했는데, 자연다큐멘터리의 분류에서 강연을 시작했다. 힘이 없었다. 몰입이 안됬다. 그저 주절주절 글자로 빽빽한 PT를 줄줄 읽어내려가는 듯 했다. 그럼에도 느껴지는 것은 겸손함 이었다. 쓰는 언어에서 결코 어려운 말은 찾을 수 없었다. 개고생했을 법한 에피소드도 과장없이, 호기심 가득한 소년의 말투로 줄줄 말을 시작했다.


서준 PD의 강연


-다큐멘터리의 주제는 한문장으로 정리되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다큐멘터리는 방송 다큐멘터리가 전부가 아니고, 방송은 정형화된 틀안에서/ 시청률이라는 잣대로 평가가 되기에 어느정도 한계가있다.

-다큐의 모든 영상은 촬영이 가장 중요하다. 좋은 화면을 위해서, 잠복하고 트래킹하고 / 올가미, 덫과 같은 장소가 가득한 야생공간에 카메라 트랩을 설치하는일이 많다. 

-연출의 한계 덕택에 자연다큐멘터리의 가장 큰 매력이 있다. 기성세대가 된다는 것은 인생을 확정적으로 만들어가는 것인데, 기대하지 않은 상황속에서 이야기를 찾아가는 과정이 가변적인 삶이고 불확실하기 때문에 매번 기대하게 만든다. 기대하게 만드는 매일이 매력이다.

-구성안을 짜고 촬영을 하면, 피디의 생각안에서 그 이상이 안나오지 않는가? 기대감을 가지고 현장에 나가서 새로운 사건을 화면에 담았을때 그 엄청난 희열! 설치해놓은 카메라트랩에 예상치 못한 상황이 찍혔을 때 짜릿!! 물론 대부분 아무것도 안찍힌다.

- 불확실성에서 기대감을 갖고 그 기대감이 즐거움을 준다. 누군가는 스트레스라 말하지만...

- 제작을 위해 내부 피칭을 할때 쓰는 준거기준이 있다. (말을 이렇게 안함) 아이템이 새롭냐? 아니면 과연 새로운 방법이냐? 다룬거 또 다루는거면 누가 어떤식으로 파고들것인가?

- 오지에 가면 느낀다. 사람들을 자연을 무서워 한다는 것을, 무서운 자연아래에서 인간들은 서로 돕고 살수 밖에 없다는 것을 너무 당연히 여긴다는 걸. 그곳에서는 체면차리면 죽으니까 그런건가? 생각보다 개방적이고 실용적이다. 유목민은 특히나 더.

- 오지는 존재할까? 사전에는 내륙지역의 도시와 떨어진, 바다와 접하지 않은 지역을 오지라고 한다. 오지라고 생각한 곳에서 '민주노총'의 티셔츠를 입고 있는 사람을 보았다. 한국에서 만들어진 옷이 오지로 간것이다. 오지도 도시와 교류를 한다. 오지는 없었다.


오한샘 PD의 강연 


- 교양국 PD에서 편성PD를 맡다가, 통일부에 파견도 가서 북한교류일도 하다가, 지금은 유아어린이 콘텐츠 부장이다.

- 작은 체구에서 기기묘묘한 카리스마와, 대중을 홀리는 언변이 나타났다. 약장사 같았다. 자신이 느끼는 감성에 대한 확신과 방어를 위한 근거를 탄탄하게 채운다 말했다. 

- 스토리텔링, 본인의 강연은 학문적으로 말하는 스토리텔링과는 거리가 멀고 그저 만들다보니 생긴 느낌과 촉이니 공부 많이할사람은 흘려들으시길.

- 자기 나름대로의 시선으로 '특별하게' 다루는 것이 프로그램의 힘이다.

- 기획을 하면서, 대상에 대한 파악을 엄청 한다. 남들이 3번할때 30번 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부분과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부분의 교집합을 찾아! 그게 스토리텔링의 시작이다. 엄마가 보여주니까.

- 미키마우스는 생쥐 한마리에서 시작했다. 뿡뿡이가 15년 되었다. 20년이 되면 뿡뿡이를 본 아이가 어머니가 되고, 그 아이가 뿡뿡이를 보면 그게 DNA. 그 사이에 타요 넣고. 3/5/7세 아이 타겟화된 콘텐츠를 공급한다. 뿡뿡이를 만든 피디는 애아빠가 아니다, 미혼이다. 지금까지. 그저 아이를 미친듯이 관찰했다. 

- 요즘은 미취학/취학 아동이 아니다. 어린이집/유치원/초등학교. 고객이 세분화 되었고, 콘텐츠도 나눠졌다. 콘텐츠도 다른 시각으로 세분화하면 막강한 콘텐츠 제작자가 된다. 엄청나게 섬세한 이야기구조 속에는 각 계층별 상이한 반응에 대한 염두가 들어가 있다.

- 구라의 시대가 왔다. 책/드라마/영화 구라가 다양하게 존재한다. 우리나라의 민담구조.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그 한마디에 여러가지 무대가 세워졌다. 옛 어른들의 놀라운 상상력. 

- 관객의 무대에 무대를 세운다 ; 사람들이 받아들이게끔 만든다. 전제의 형성. 서양의 무대는 산-바다, 묘사를 디테일하게 할려고 한다. 우리나라는 말한마디. 상상력의 공간을 세웠다.   

-무형의 가치 / 나의 이야기를 만든다. 자기 이야기로 보증 + 주위의 이야기와 크게 결합 (?)

- 모나리자로 60분 다큐를 만든 BBC - 꼬리에 꼬리를 물고 파고 들어간 집요함.

- 음식+상차림 : 자료에서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일. 같은 자료 일지라도, 관점이 다르면 다른 콘텐츠가 되었다.

- 천년의 밥상은 음식에 곁든 이야기에 집중하는 일. 가슴을 울리는 한줄의 사실! 그게 있으면 간다.

- 명확한 사실인데, 울컥! 하게 만드는 새로운 사실.

- 감정을 연다 / 감정을 투입+정서의 흐름에 맞으면 펙트보다 중요해진다.

- 자기 감정을 공격받을까, 두려워 말고 각오하고! 자기이야기를 해보라!

- EX)마늘냄새나는 조센징 -> 제일교포 역사 -> 자료를 확보 후 이야기 채집.



자기의 이야기를 주구절절히 하는 존재가 능력자.

타자의 감정을 찾는 고성능레이더를 달자. 나의 감정에 솔직, 그리고 타자들의 감정/감정의 교집합을 찾자.

그게 익숙하고, 뻔하다 느껴진다라도 명확한 사실! 그리고 가슴을 울린다면 가자. 믿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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