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벤처기업의 대담한 추진력은 이스라엘인들의 단어 ‘후쯔파(chutzpah)’로 설명할 수 있다.
유대인의 속성을 설명하는 이 단어를 유대인 학자 레오 로스텐은 이렇게 말했다. “주제 넘은, 뻔뻔스러운, 철면피, 놀라운 용기, 오만 이라는 뜻을 담고 있지만, 다른 단어나 언어가 제대로 형언할 수 없는 이스라엘만의 고유 단어”.
후쯔파라는 단어에는 이스라엘의 기업의 특성이 담겨 있다. 상사를 대할때나 학생이 선생과 이야기 할때, 서기가 장관을 비판할 때 등, 권력과 상황을 넘어서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용기있게 제시하고 질문하는 태도가 혁신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후쯔파라는 단어의 의미를 접하면서, 문득 떠오른 생각은 이스라엘이 부럽다는 것이었고 우리나라의 기업문화와 정반대라는 점이 었다. 직장에서 인턴을 할때나, 학교에서 수업을 들을 때 질문할 수 없게 만드는 묘한 분위기를 만났었다. 한국에는 분명히 존재하는 예절이다. 아무리 어떤 의견이라도 포용한다는 말을 하는 권력자 있다고 해도, 아주 약간의 비대칭적 권력구조가 보이면 약자들은 철저하게 침묵한다. 어쩌면 그것이 권위자에 대한 예우 일지도 모르나, 어쨌거나 한국 문화의 미덕이다.
따라서 한국의 컨텍스트는 자유롭게 질문하는 분위기가 나오기 위해서는 익명의 공간, 인터넷과 같은 특수한 장치가 필요했다. 더욱이 문제를 제안하고, 자기의 생각을 표현하는 경험은 성장과정에서부터 한정되기에 후쯔파 적인 태도를 수입한다고 해도, 표현방식이 너무도 투박할 수 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조직의 일원으로 살면서 주제넘는 소리를 많이 한다는 눈총을 받고 자라왔다. 어떤 구성원은 조언하는 수준에서 ‘순종’을 권했고, 어떤 상사는 오만하다고 인상을 찌푸리기도 했다. 운이 좋게도 얼마전 일했던 직장에서의 내 무모한 태도는 어느 정도 용납되긴 했다. 그리고 한국 특유의 직장문화에 나도 적응되어 갔다.
그러나, 후쯔파 적인 태도만 가지고는 혁신의 원동력으로 삼을 수 없다는 점을 경험했다.
바로, 문제제시에는 반드시 대안도 따라야 한다는 우리나라의 특유의 사고방식이었다. 문제를 발견 할 순 있다고 바로 대안을 생각해서 표현하는 건 아니다. 대안이 필수적이라는 사고방식은, 발견한 문제점도 소통하지 못하게 하는 폭력이 될 수 있다.
내 경험을 통해 말하자면, 비효율적이고 비합리적인 제작 시스템의 문제를 발견하고 직장 상사에게 문제점을 제시했다. 상사는 문제를 포용하는 태도를 보였다. 누가 보아도 명백한 문제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한계점은 그 이후에서 드러났다. 상사는 문제점의 서술과 더불어 해결방안이 담긴 공식 문서를 요구했다. 일차적으로는 내 업무가 더 부가된 것이었다. 혼자 대안을 찾기위해 고생해야 했고, 결국 예정에도 없던 야근을 해야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결국 나는 그 용기있는 행동의 결과를 통해, 새롭게 학습했다. 학습된 사실은 이미 가진 열정도 차갑게 했다. 문제제기 했다가는 대안까지 찾아야 하고 문서화까지 시켜야하는 책임까지 늘어난다는 점 이었다.
그 후 발견한 충격적인 사실이 있다. 직장 선배들도 내가 발견한 그 문제를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는 점이 었다. 선배들은 문제제기 했다가 가뜩이나 버거운 업무에 추가적으로 또 다른 일도 해야한다는 조직의 한계를 이미 오래전 학습했기에 하지 않았다는 것 이었다. 직장에 처음 온 젊은이가 배우는 것들에는 조직내 문제에 침묵하는 방법도 있었다. 침묵하지 않는 후쯔파적인 태도가 노동의 증가로 맺어지는 구조속에서는 비합리의 답습만 지속될 뿐 이었다.
후쯔파 적인 태도가 한국에서 발휘되지 못하는 이유에는 위와 같이 구조적인 문제 이외에도 또 있다.
바로 “체면을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특히 한국에서 유독 드러나는 부분이라고 작가도 말한다. 작가의 말대로 한국에서는 실패하는 것이 남에게 알려져서는 안된다라는 인식이 있다. 실패가 개인이 가진 능력의 한계를 증명한다고 보는 것이다.
심지어 대학생이 휴학하고 잠시 방황한 것도 좋지 않게 보는 인사 담당자도 있다고 한다. 편협한 인사시스템의 연장선에서 학생들은 졸업 예정자로서 취업하는 편이 더 낫다고 보고, 졸업을 유예하기까지 한다.
이와 비교적으로 이스라엘의 스팩트럼은 다르다. 이스라엘은 실패로 인한 사회적 평가를 전혀 신경쓰지 않고, 그들의 경제적, 정치적 상황과 상관없이 자신들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는 모든 국가전반의 시스템의 마비를 초래하는 ‘전쟁’이 라는 최악의 외부효과, 내부적으로는 경험이 부족해서 겪는 문제들. 그 어떤 문제도 자신들이 추구하는 것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꺾지 못한다는 걸 알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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