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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DF - EBS 국제다큐영화제 컨퍼런스를 다녀와서_다큐멘터리와 교육

이제는 제법 가을 하늘을 기대하게 만드는 8월의 어느날
올해로 8회를 맞이하는  EBS의 국제다큐영화제 EDIF의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EIDF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지상파방영과 영화관 상영회가 동시에 진행되는 영화제인데요..
매년 8월 매봉EBS사옥을 중심으로 행사가 준비되는 것 같았습니다.

EIDF를 제가 좋아하는 이유는 영화제 기간동안은
P2P나 토렌트를 통해서도 구하기 어려운 양질의 다큐멘터리를 접할 수 있습니다.
행사장이 매봉역이라 집에서 3423 시내버스를 타고 제가 사는 석촌동에서 20분이면 갈 수 있는 이유도 있겠지만~ㅋ


무엇보다도! EIDF기간의 EBS 지상파 채널에서는 아침 유아프로그램과 교육뉴스 등의 최소한의 기본 콘텐츠 말고는
모든 편성을 EBS국제다큐영화제에 출품된 비경쟁/경쟁작의 방영에 올인하는게 완전 만족스럽습니다.

고3 수험생 시절에도...대학생이 되고 첫 방학을 맞이했던 그 신입생 시절에도, 그리고 졸업을 앞둔 지금도!
8월 말~9월 즈음.. EIDF가 하는 그 1주일 동안은 EBS만 보았습니다.

정말 어메이징한 작품을 보다보면...
아! 나도 저런 작품 만들어야지... 라는 생각부터,
우리나라 방송사들의 교양프로그램에 대한 아쉬움까지..
참 여러가지 인사이트를 얻습니다.

디스커버리나 NGC의 칼같은 비쥬얼과 웅장한 음악.... 그리고 속도감과 재미있는 이야기...ㅋㅋ
그런 퀄리티를 만나기 힘들어도^^
앎과 삶을 관통하는 인간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화질이나 소재면에서 정말! 대단한 작품도 많이 나오더라구요..

어젯 밤에 본 <The Green Wave>는 이란의 혁명이라는, 지금도 진행 중인 HOT 한 이슈를
생생히 담은 증언들과 사건의 '결'을 담은 소셜미디어의 자료들을 감각적인 비쥬얼로 구성한 정말 멋진 작품이었습니다.



올해는 학교 앞 건대스타시티 롯데시네마에서도 상영회가 있다니.... 참!!정말 대박입니다.


EIDF는 참 멋집니다.
수능강의나 찍고, 수능 책이나 판다고, 생각했던 교육방송 EBS를!!
다큐멘터리로 무장한 지식채널 EBS로 느껴지게 만들었네용

공영방송사지만, 하나의 기업으로 본다면 EIDF 이벤트는 '교육'+'다큐멘터리'를 핵심컨셉으로 잡은
IMC(통합마케팅커뮤니케이션)으로 효과를 보고 있는 것 같긴 합니다.

수신료타령이나 하는 KBS나 공영방송인가 의심스러운 MBC와 비교 했을때는 뭔가 더 관제방송의 인지도를 보였던 
EBS로써는 채널 브랜드 전략으로의 다큐멘터리영화제가 공익성과 교육적 가치를 잘 구현한 브랜딩 프로그램이겠죠^^

세계의 유명 감독들이 만든 트랜디한 다큐멘터리를 지상파 채널에서 HD로 만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너무 훌륭한데!

올해부터는 다큐멘터리와 관련한 학제적인 연구를 발표하는 컨퍼런스도 열린다고 하기에 당장 달려갔습니다.
버스타면 한번에 가니까요ㅎㅎㅎ 3423~ 우후~


컨퍼런스는 매봉역 EBS본사 앞에 위치한 두산기업의 문화공간, 갤러리?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정말 신기한 곳 이었습니다. 곡선으로 된 원형계단을 중심으로 감각적인 공간으로 구성된 갤러리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싸다는 강남 땅, 그것도 도곡동 땅에 어울릴만한 럭셔리한 공간이었습니다.
  이런 공간이 문화적으로 풍족한 강남땅에만 집중되고 있는 상황을 지적하기 보다는,
세계적인 축제가 되어가는 EIDF가 좋은 장소를 구했구나 싶었습니다. 돈 많이 들었겠다~~생각이 들면서, 무료 행사라서 감샤!
  행사에 참석한 NHK의 편성피디님 후키코기사이치님이나, 외국의 감독들도 무척 신기해하고 만족스러워하는 듯해 보였습니다. 다큐멘터리 제작론 수업시간에 사용한 책의 저자인 '빌니콜스'도 온다니... 완전 어울리는 공간이겠지요ㅎㅎ


제가 참석한 컨퍼런스는 [다큐멘터리와 교육] 세션이었습니다.
학회의 컨퍼런스만 참석해본터라 마치 쇼프로그램 세트처럼 꾸며진 디테일한 무대에 놀랐습니다.
빨간색의 Key-color와 EIDF 알파벳으로 디자인된 벽... 스크린의 배치도 좋았습니다. 돈이 들었겠죠?ㅋ


EBS 사장님의 짧은 인사말이 있고나서..
먼저, 김영란 다큐멘터리 감독님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다큐멘터리의 교육적 활용에 대한 역사적고찰 이었습니다.
러시아의 지가베르토프의 선전다큐- 뉴스릴의 발전으로서의 다큐, 관객에게 정보를 묻는 실천들을 통한 교육기능...
영국의 존 그리어슨의 공공영화-체신부의 활동?
상업적 활용으로 가려지는 진실보다는 공적 기금을 펀딩받아서 기획부터 제작까지 진행하는 방법으로,
사실적인 메세지 전달에 충실할려고 했다는 내용으로 기억합니다.


  다큐멘터리의 리터러시가 용이함을 전제로, 대국민교육의 용도로 활용했다는 지적은 다큐멘터리 개론서에서 아주 뻔하게 볼 수 있는 말 이었죠....토론자인 허욱 용인대 교수님이 다큐멘터리의 라틴어 어근에 교육적 기능이 포함되어 있는데, 베르토프나 존 그리어슨은 알고 썼을까요? 묻는 부분에서는 약간 신선했습니다.
 

 흠~ㅋ 학부생 수준에도 이해하기 쉬운 사례로 친절하게 설명해주셨기에 컨퍼런스의 서두에 부족함이 없다고는 생각했습니다. 다만 약간 아쉬운 감은 있었습니다. 현업에 계신 분들은 경험에 기반한 실전적인 메세징을 할 때 그 발표의 가치를 보이고, 영화제의 컨퍼런스에서는 그런 걸 기대했으니까요~
통사적인 고증의 작업은 전문 학자님에게 맡길 때 더 깊이와 '결'이 산다는 느낌이랄까? 아무렴 학자들은 잘난척하고, 어려운 학자 이야기만 주구장창 하는게 문제긴하지만...  


 두번째로 EBS의 정책기획센터장, 박치형님의 다큐멘터리의 교육적 활용에 관한 발표 및 토론이 있었습니다. 역사스페셜과 같은 역사 다큐멘터리는 제가 중학교 다닐때, 역사수업 시간에도 수업 보조자료로 탁월한 기능을 했었습니다. 인터넷 서비스가 원활한 vod를 제공하기엔 부족했던, 그 시절에도 선생님께선 커다란 프로젝션 텔레비전에 까만 VHS 테잎을 돌려가며 보여주시곤 했으니까요^^ ㅎㅎ 역사 수업마다 졸던 친구들은 비디오를 볼때면 아주 대놓고 잔다는 문제도 있긴 했지만, 나름 생각을 입체적으로 하게끔 돕던 그런 콘텐츠들이 많았습니다.


  발표에 쓰일 랩탑이 컴퓨터와 연결이 안되어서 잠시 루즈해지긴 했지만, 센터장님의 발표는 저에겐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각기 다른 미디어들이 융합되면서, 웹생태계를 이뤄가는 오늘날 미디어 환경에 다큐멘터리 컨텐츠가 어떻게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 고민한 EBS의 흔적이 보였기때문이었죠...

 텔레비전 교양프로그램으로 방영된 콘텐츠를 소재별로 클립화하여, 디지털 아카이브에 보관하고 그렇게 재가공된 디지털 클립을 인터넷으로 접근 가능하게 하는 EBS의 새로운 플랫폼이었죠^^

'EDRB'라고 불리웠는데..교사들이 교과과정에 도움이 될만한 콘텐츠 리스트를 검색하고, 검색된 결과에 맞춘 EBS의 콘텐츠가 선별되어 웹으로 제공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꼭 써보고 싶더라구요..

  예를들어, 수학시간에 '피타고라스의 정리'단원이 있다면 EDRB의 검색엔진에 '피타고라스'라고 검색합니다. 다큐프라임(EBS의 다큐멘터리)한 편에서 방영되었던 피타고라스 설명 시퀀스가 검색결과로 나타나고, EBS의 수능방송 처럼 300K와 500K 1MB의 화질로 VOD가 제공되는 것 입니다. 

  프로젝터와 인터넷이 가능한 컴퓨터가 오늘날 대한민국의 공교육 현장에서 일반적으로 쓰이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교사의 수고와 학생들의 이해도를 높이는데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했지요..
  
  전국민의 교양을 함양시키기 위한 방송사의 교양물은 그 목적상 교과 과정상의 내용을 담기도 합니다. 그런데 교육현장에서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하기에, 선생님들은 사용에 주저합니다. 그 방송사의 콘텐츠를 전부 보여주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 그리고 시청각 기자재를 사용할때면 학생들의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점 이지요..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몇몇의 젊은 선생님들은 온라인을 통해 불법으로 유통되는 Dvix 방송콘텐츠를 구해서라도 수업에 필요한 부분만 간단히 편집해서 자기만의 수업 교구를 만들기도 합니다. 제가 고등학교 방송반 시절부터, 대학교 4학년이 되기까지 그런 열정있는 선생님들은 저의 '갑'이셨습니다. 저는 언제나 착한 '을'이었고요 ㅠㅠ

  지금은 컴퓨터가 좋아지고, 동영상 편집이 편해진 시대가 왔다지만.... 과거부터 지금까지 여러가지 코덱이며, 화질-음질에 대한 변수가 너무 많아서 오류가 잦은게 영상편집이지요 ㅠㅠ 더욱이 인터넷으로 유통되는 불법컨텐츠는 divx와 같이 편집이 어려운 고효율-고압축 코덱으로 되어 있기에 편집 툴이 아무리 호환성이 좋다하여도, 복잡한 인코딩과 해상도-프레임에 대한 이해가 필수였지요.. 가끔 선생님들이 학생인 저에게 일용할 양식과 더불어 약간의 용돈을 쥐어주시면서 일을 주시긴 하셨어도 '갑'이나 '을' 모두에게 번거로운 일이었습니다.

  디지털 클립으로 영상을 보관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저장매체의 오류나 유통에도 취약합니다. 재가공한 영상을 외장하드나, 디브디에 보관하는건 미치게 귀찮고.. 파일 손상의 잠재적 스트레스가 있기도 하며, 개인적으로 보관하는 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한들 허가받지 않고 공적인 장소에서 상업영상을 방영하는 것은 아무리 교육적 기능이라지만, 저작권법의 문제도 갖고 있습니다.

 위와 같은 현장의 고민이 반영된 'EDRB'는 EBS 다운 시스템이었죠^^ 다큐멘터리 콘텐츠의 OSMU효과를 가져와서 디지털 클립으로 재가공된 또 다른 콘텐츠가 장기적인 롱테일 효과를 가져온다면, 수익재원이 될테고.... 그렇게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다큐멘터리의 수익구조에도 도움이 될 것 처럼 보였습니다. 재가공된 디지털 클립을 일원화 하여 거대한 생태계를 갖춘다면, 사용자도 분명많을테니까요ㅎ
EDRB를 사용해보고, 리뷰를 한번 써봐야겠다는 생각도 있습니다.


그러나 칭찬만을 할 수 없는 부분이 보였습니다.


사진은 EBS의 센터장님이 서비스를 자사의 콘텐츠를 보여주기 위해서, 웹페이지에 로그인하는 장면입니다. 발표장이라서 긴장하셨는지 여러번의 시도 끝에도, 결국 로그인 오류는 계속 발생했고 다른 직원분이 오셔서 대신 로그인해주셨습니다. 하물며, EBS의 직원이 업무중에서도 로그인에 실패하는데 수업현장에서 선생님이나 강사님은 오죽할까요?  

바로 이 부분이었습니다! 

  EBS의 새로운 플랫폼도 기존의 EBS웹사이트의 폐쇄적 구조에서 구현되기에 한계가 명백해 보였습니다.우리나라 방송사 웹환경이 다 그렇기에, 어쩔 수 없이 로그인을 요구하는거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서버 과화와 트래픽 정보를 얻어보려는 이유도 있겠지만 불안해 보였습니다.
 
  최근 등장하는 콘텐츠 플랫폼의 대세는 '개방형'입니다. 글을 남기거나 조작을 가할때 로그인을 요구하기도 하지만, 로그인 없이 접근조차 불가능한 플랫폼은 최근 시장에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공영성을 목적으로 퍼블릭 도메인으로써의 교육 아카이브를 꿈꾼다면, '개방형'은 당연하다고 생각했지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같은 개방형 소셜미디어와 소셜앱으로 연동시켜 콘텐츠를 확산시킬 수 있는 기능도 전혀 보이지 않았고요.... 접근에서부터 로그인을 요구하는 그런 마인드로 소셜 앱플러그인을 요구하는 건 무리라고 생각은 합니다만...

  EIDF에서 보여준 그 공영성...양질의 다큐멘터리를 공익의 차원으로 접근가능성을 높여주는 그런 태도가 새로운 웹 생태계에서 구현되었다면 얼마나 좋을까용?ㅋㅋ

 EIDF포럼에 가서, 다큐멘터리와 교육에 관해서 좋은 인사이트를 얻고 돌아왔습니다.

미디어 리터러시와 다큐멘터리에 꿈이 있는 청년에게 참 좋은 기회였습니다.